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부도난 공장 계단의 바람

김영천
2025-11-20



< 부도난 공장 계단의 바람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지하 단칸방,

누워있던 인형의 낡은 관절이

억지로 기운 내자

흔들리던 문짝이 삐걱거렸다.

 

문 닫은 공장 계단에 머물다

슬그머니 밀려온 바람.

깜짝 놀라

겨드랑이에 끼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부도난 철강 회사의

경리장부가 퍼렇게 멍 들었고,

공장 철거하던

포크레인 구부러진 삽날에서

눈물이 흘렀다.

 

회사의 녹슨 간판은

제 무게를 못 이겨 떨어져 나갔다.

 

달아난 바람이

근처 일일 무료급식소

식빵 위에 걸터앉았다.

 

아직 유효기간 하루 남은

우유식빵 하나,

웃는 듯 우는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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