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오로지 정수리 두개골로 남아서

김영천
2026-03-01



< 오로지 정수리 두개골로 남아서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뒤뚱대던 모자가

덜컹거리다가

마침내 뒤집어졌는데.

 

몇 날 며칠 허기져

마른 숨 헐떡였음에,

눈동자 흐릿하고

정강이도 힘 풀린.

조각 난 무릎

옆구리 갈빗대까지 뜯겨나갔다니.

 

목울대 힘주며

뱃가죽 단단하게

벼렷던 매일 매일.

 

보무(步武) 당당히

일상을 갈무리했지만

콧날 시큰하게 녹아내렸다고.

 

마른 탱자알 주억거리다

그 향기조차 스러진 날,

먼지 내려앉은 대청마루에서

탱자나무 가지 맨 끄트머리

다시

움 돋을 때를.

 

오로지 정수리

훵한 두개골로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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