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은단풍잎새 흔들리던 저녁

김영천
2026-02-27



< 은단풍잎새 흔들리던 저녁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숙제 마치고

책가방에

하루를 저장한 다음,

복숭아밭 근처 시냇가에서

물수제비 날렸으니.

 

물푸레나무

푸른빛 찰랑거리는

시냇물이

발등에서 곰실거리는데.

 

어쩌다 박새가 다가와

물둘레에서

동그라미 하나 길게 물고 갔다고.

 

낮게 깔리는 저녁밥 연기에

철거민촌 마을이

천천히 잠겼음에.

 

아직

불 켜지지 않은

샘물 앞

오평 슬레이트 집,

은단풍 잎새

혼자 흔들렸다는.

 

낮은 처마 끝에서

왕거미가 눅진눅진 집 짓고

말잠자리들이

제 영토를 싱싱하게 순시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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