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등나무 꽃 홀홀 번지는 날

김영천
2026-02-26



< 등나무 꽃 홀홀 번지는 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오직

텅 빈 하늘의

금이 간 벽을 오르기 위해

호리병에 누웠다고.

 

한기가 밀려오면

신문지 한 장과

벙어리장갑으로

고드름 떼어냈다는.

 

등나무 덩굴이

솟구치던 보라매를 낚아채

자주색 꽃으로

홀홀하게 번지는 날.

 

호젓한 기억

건너편을 소환해

소주잔 담담하게 건네줄.

 

시퍼렇게 잠든

한겨울 새벽

노량진 골목길.

 

멈칫 멈칫

흰 눈 내리는 날,

뒤꿈치 뭉개진

청춘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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