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부러진 총 붉은 눈 위에서

김영천
2026-02-26



< 부러진 총 붉은 눈 위에서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그녀가 두른 햇살에

분홍빛과

연보라가 뒤섞인

아침이슬이 반짝이며 매달렸다.

 

지구의 탄생을

온몸으로 경배하는

등 푸른 몸,

펄럭이는 나비의

하얀 날개짓.

 

해가

뭉쿨뭉쿨 솟아오른 뒤

수평선에 잠긴

반달이

노을을 물고 슬며시 가라앉았다.

 

순간,

산등성이 너머에서

불덩이가 날아와

온 땅을 불태웠다.

 

파란 하늘은

조각났고

살아 꿈틀거리는 것

모두

눈과 코가 지워졌다.

 

무용학교 정문에

떨어진 포탄,

깃발이 피흘리며 감싸안았다.

붉은 눈 위에서

그녀가

부러진 총을 잡았다.




* 테티아나 히미온(2026년 2월 현재 47세) - 우크라이나군 저격수,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당시 무용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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