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다만 형형하게 새벽을 빚어낼

김영천
2026-02-23



< 다만 형형하게 새벽을 빚어낼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벽이 무너진

세월 속에서

빈 병으로 흔적을 지웠는데.

 

지금까지 들고 온

편도 열차표는

얼기설기 구멍 난 노을.

일상이 시퍼렇게 매듭진.

 

바람 빠진 축구공에

흙먼지를

한 주걱 묻히면,

잠자리 날개 같은

어제가

낮은 처마에서 흔들리는.

 

타원과 동그라미가

나이테로 뭉개진

자화상은

여지껏 윤곽을 그리지 못했다고.

 

주춧돌에 쏟아진

아침 햇살로

식사를 대신하는

오늘의 일정.

 

외상청구서로 덧칠될

내일 오후.

영수증은

끝내 발부되지 않을지도.

 

다만

잠들지 않고

형형하게 새벽을 빚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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