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새해 첫날, 와신(臥薪)에서 상담(嘗膽)까지

김영천
2026-01-01



< 새해 첫날, 와신(臥薪)에서 상담(嘗膽)까지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빛바랜

책장들 사이에서

붓과 칼 들고,

숨 헐떡이며 끼어있던 청춘.

 

구들장 아랫목에

단 한 번도

제대로 눕지 못하면서.

 

부뚜막 없는

아궁이에 쭈그리고 앉아

찬밥 한 덩이로

명줄 질기게 이었다는.

 

늘상 찬비 눈보라

마냥 뒤집어 쓰는

미륵 바위로.

 

소담스럽게 환한 붓꽃,

만 년의 눅진한 꿈을

주린 배 움켜쥔 채

애써 조각했다고.

 

켜켜이 쌓인

눈구덩이 파고들어

움 돋는 봄

저벅거리며 쌓아왔다며.

 

가당찮은 세월

한복판 건너

용케도 형형하게,

새해 첫날까지

두 눈 뜨고 기어이 버텨낸.

 



* 와신상담(臥薪嘗膽) - 증선지(曾先之)의 십팔사략(十八史略). 

                                       중국 춘추시대,

                                       오왕 부차(夫差)의 와신(臥薪)과 월왕 구천(勾踐)의 상담(嘗膽)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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