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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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가 열매 새빨갛게 저녁노을로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흘러간 시간 거슬러
애써 흩날리는 눈발,
벌거벗은 나무의 뒷모습.
논두렁에 어른거리는
부러진 가지
한낮의 낯선 그림자.
썩은 나무 밑동 묶어낸
청미래덩굴 가시 혼자,
눈 덮힌 땅을 조각냈다.
지난밤 두더쥐가
애써 뒤집어 놓은 땅에
무청 시래기가 덮였다.
멍석말이로 널어놓은 샛강이
살얼음 풀어
얼어붙은 느티나무를 감싸 안았다.
어쩌다 눈 그치면,
산그늘에 묻힌
토끼 발자국 따라
덩굴에 맺힌 멍가 열매
저녁노을로 새빨갛게 물들겠다.
멀리 신작로 근처
이끼 내려앉은
미륵바위.
고개 끄덕이며
스러진 봉분 넌지시 쓰다듬었다.
* 멍가 - 청미래덩굴과 청미래덩굴의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