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오늘 박제된 하루

김영천
2025-12-29



< 오늘 박제된 하루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찬 바람 일어

문풍지 울릴 때,

시린 손등 비비며 눈 감으면

지난 계절을 수놓던

빨강 고추잠자리가 날았다.

 

가까스로 몸 뒤틀며

잠자리의 날개에 올라타자

물기 젖은 날들이 소환되어

무겁게 발목을 잡았다.

 

내려다뵈는 날들은

곰팡내 가득한 기억만

유령처럼 흐느적거렸다.

 

잠자리의 궤도 없는 비행에

문뜩 눈이 떠지고,

여전히 흙먼지 날리는 한겨울.


빛 바랜 하늘 아래

박제된 하루.

어느새

희미한 어둠이

좁은 골목길로 흘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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