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다시 볍씨 뿌리는 날

김영천
2026-04-28



< 다시 볍씨 뿌리는 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손바닥만한 소출인데,

가을볕 잔뜩 모아

고무래질 바쁘던 날을

멍석 펼치며 떠올렸다지.

 

언뜻 비가 내려

하늘 일그러지기도 했지만

어김없이

말갛게 해는 떠올랐다고.

 

어쩌다

계절 바뀐 다음,

저장해 둔 낱알은

얼마 뵈지 않는걸.

 

이제 다시

허리 곧추세우고

볕씨 뿌린다니.

못자리 낼 때부터

가을걷이까지

베개 높일 날 없을 터.

 

끝이 없는

도돌이표 앞에서

대충 눈짐작으로

걷다 쉬기를 반복한다며.

 

끼니 사이에

묵직하게 널어두었던 허기가

허리띠를 졸라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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