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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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볍씨 뿌리는 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손바닥만한 소출인데,
가을볕 잔뜩 모아
고무래질 바쁘던 날을
멍석 펼치며 떠올렸다지.
언뜻 비가 내려
하늘 일그러지기도 했지만
어김없이
말갛게 해는 떠올랐다고.
어쩌다
계절 바뀐 다음,
저장해 둔 낱알은
얼마 뵈지 않는걸.
이제 다시
허리 곧추세우고
볕씨 뿌린다니.
못자리 낼 때부터
가을걷이까지
베개 높일 날 없을 터.
끝이 없는
도돌이표 앞에서
대충 눈짐작으로
걷다 쉬기를 반복한다며.
끼니 사이에
묵직하게 널어두었던 허기가
허리띠를 졸라맸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