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현무와 주작의 비기도참

김영천
2026-03-28



< 현무와 주작의 비기도참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자정 무렵

세상이 잠들고

눈보라가 하늘과 땅을 덮을 때,

거북의 등딱지에

굴뚝새가 앉아있다는.

 

두 다리에 힘주고

날개 접은 새.

거북에게

해 뜨는 동쪽으로

방향을 잡으라고.

 

오래전에

태양은

바다에 빠져 떠오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주위를 빨갛게 물들이며

하늘에 붙박이로.

 

집채만한

눈덩이가 휘몰아치는데

얼어붙은 땅거죽.

거북이 비틀거리며 기고

며칠 끼니 거른

굴뚝새가

식은 온기를 나눠주기에.

 

은하수의 물이

태양계로 흘러넘칠 때까지.

몇 날 며칠

눈감고 지샌 다음,

비기도참(祕記圖讖)의 한복판에

현무(玄武)와 주작(朱雀)이

온 세상을 더듬는 형상으로.

 

흙먼지 뒤덮인

나라 하나가 무너지고

새로운 세상이 검붉게 열리는.

 

거북과 굴뚝새,

네 방위에서

측백나무 잎으로 감싼

혁명(革命)을 뱉어낸다며.

 

다리 절룩이는

오늘 밤에도

입술 깨문 붓질로

사신도(四神圖) 벽화를 그려낸.



 

* 사신도(四神圖) - 동서남북의 네 방위를,

                               각각 청룡(靑龍) 백호(白虎) 주작(朱雀) 현무(玄武)로 표현.

                               오행과 천문의 도가 사상이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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