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흰 그림자 야윈 미소

김영천
2026-03-24



< 흰 그림자 야윈 미소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누추한 일상이

화선지에 흐릿하게 번지는.

나팔꽃 보랏빛

홀홀한 아침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그대 야윈

두 손 위로

곰팡내 나는

시간도 내려놓았다니.

 

늘 모자랐던

햇빛 대신

굵은 어둠이 자리 잡았을.

 

창가에 일렁이는

하얀 그림자,

밤이슬만 총총하게 매달리는데.

낮 동안 쌓인

흙먼지 황사가

낮은 처마에서 흘러내렸다고.

 

인적 끊긴 밤

수은등 불빛 혼자

제 발등을

한량없이 비추는.

 

오래전에 남겨두었던

미소 한 줌.

이 밤

가뭇가뭇 흩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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