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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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그림자 야윈 미소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누추한 일상이
화선지에 흐릿하게 번지는.
나팔꽃 보랏빛
홀홀한 아침은
처음부터 없었는지도.
그대 야윈
두 손 위로
곰팡내 나는
시간도 내려놓았다니.
늘 모자랐던
햇빛 대신
굵은 어둠이 자리 잡았을.
창가에 일렁이는
하얀 그림자,
밤이슬만 총총하게 매달리는데.
낮 동안 쌓인
흙먼지 황사가
낮은 처마에서 흘러내렸다고.
인적 끊긴 밤
수은등 불빛 혼자
제 발등을
한량없이 비추는.
오래전에 남겨두었던
미소 한 줌.
이 밤
가뭇가뭇 흩어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