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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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창 하나로 다음 생까지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한세월
눅진하게 머금은
솔이끼가 말라비틀어졌는데.
새벽 세 시의
무게로 쌓아놓은
시 무더기를,
몇 가닥 이끼 뿌리에 덮어 주었거든.
소멸되려던 시간이
어느 순간
복류천으로 부활했다고.
남루가 덧칠된
밤골 철거민촌의
눈 시린 청춘.
부대끼며 뒹굴다
시꺼먼 먹을 갈아댔는걸.
닳아 없어진
벼루와 붓이
허공에서 흐느적거렸지만,
동틀 때까지
천마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더군.
환두대도의 칼날은
녹슬었고
어깨 걸던 눈동자들이
오래전에
새벽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는.
이제
쏟아지는 화살을 뚫고,
다만 죽창 하나로
시리도록 시퍼렇게.
살아 숨 쉬는 한.
숨 멎어
이승 건너
다음 생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