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사향노루의 팥배나무 열매

김영천
2026-05-18



< 사향노루의 팥배나무 열매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저벅저벅

겨울밤이 다가온.

발목 잃은 사향노루는

솔잎 떨어진

나무 밑동에서 웅크렸다지.

 

몇 잎 남은

참나무 이파리가

눈송이 안고 떨어졌을.

움찔 놀라

세 다리로 뒹구는걸.

 

진달래 빨갛게

손 흔들고

노랑 생강나무 꽃

골짜기마다 눈 비빌 때,

새끼 하나 데리고

소나무 아래로 건너왔으니.

 

앞산 너머로

천둥 오르면

계곡 물에 잠긴

물푸레 잎새.

진초록 비 넘실거렸는데.

 

팥배나무 열매

환하게 열린 뒤,

울음소리

꼭 하나 남기고

점점이 사라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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