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그해 오월의 아카시아숲

김영천
2026-05-10



< 그해 오월의 아카시아숲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세상의 빛깔은

온통 새빨강.

동구 밖 느티나무

몸통이 붉게 변했고,

아카시아 꽃

하얀색도

핏빛으로 물든 날이었는데.

 

밤새

비가 내려

신작로의 자갈이 젖었으니.

그 위로 뿌려진

검은 염소의 울음까지 붉었다고.

 

까마귀 날갯짓이

미루나무 꼭대기를 감싸더니

이내

수직으로 떨어졌는걸.

피투성이로 뭉개진 부리가

군화 발자국에 깔렸음에.

 

총소리에 놀란

오월.

하늘이 흔들리고

아카시아 숲 붉게 조각났다는.

무겁게 가라앉은 세상,

깨진 장독대에

침묵이 난수표처럼 맴돌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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