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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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오월의 아카시아숲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세상의 빛깔은
온통 새빨강.
동구 밖 느티나무
몸통이 붉게 변했고,
아카시아 꽃
하얀색도
핏빛으로 물든 날이었는데.
밤새
비가 내려
신작로의 자갈이 젖었으니.
그 위로 뿌려진
검은 염소의 울음까지 붉었다고.
까마귀 날갯짓이
미루나무 꼭대기를 감싸더니
이내
수직으로 떨어졌는걸.
피투성이로 뭉개진 부리가
군화 발자국에 깔렸음에.
총소리에 놀란
오월.
하늘이 흔들리고
아카시아 숲 붉게 조각났다는.
무겁게 가라앉은 세상,
깨진 장독대에
침묵이 난수표처럼 맴돌았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