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동그라미 곁 세모의 침묵

김영천
2026-06-22



< 동그라미 곁 세모의 침묵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새싹 옹골질 때마다

귀퉁이 떼어준

동그라미.

 

바람 을씨년스럽고

천둥 우박이 줄기를 때려도

뿌리 근처에서

가지 끝까지

점점이 나눠줬는데.

 

슬며시 나타난 세모가

한사코 종알거리는군.

모름지기

세상은 가지런하게.

네 것 내 것

셈 하지 말고

필요한 만큼.

 

어쩌다

태풍 몰려온 날,

테두리 깨진

동그라미가

피 흘리며

가뿐 숨 몰아쉬는걸.

 

잠자코 지켜보던

세모의

길다란 침묵.

 

이윽고

주섬주섬,

파랗게 일렁이는 보리밭

강 건너로

구경하러 간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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