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한국자주인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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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달 천 년의 궁궐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삘기 뽑아
단물 빠지도록
한참을 씹고,
개암나무 꽃 핀 뒤
하루가 멀다고 뒤적이던.
어쩌다
썩은 밤나무
고개 숙인.
으레껏
뒷산 마루에
덩그렇게 떠오른 보름달.
밤골 약수터와
개울 사이를 오가던
달그림자.
쉰댓 개씩이나
줄 서서 하품하는 물초롱마다
밤새워 도란거리며 담겼던.
이윽고
담벼락 없는 처마에
고드름처럼 매달린
누추(陋醜).
대낮부터
불콰한 얼굴로 비틀거렸다는.
국민학교 사학년
밤골 왕가재.
사회과부도 없어
눈물 그렁거릴 때,
소년단 잔디 사이로
네잎 토끼풀
한량없이 반짝였다고.
호암산 큰 호랑이
다리 절룩이고
피 흘렸거니.
부서진 슬레이트 오평 집은
천 년 궁궐이었음을.
냇물 건너
하얀 염소 뿔에
아카시아꽃 함박눈으로 맺힌.
* 밤골 –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산76번지.
관악산(冠岳山)의 지봉(枝峰)인 호암산(虎巖山) 아래 자연 부락이었으나,
1960년대 후반 도심 정비 사업으로 철거민 이주.
같은 시기에 보이스카웃(소년단) 수련원도 건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