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헛개나무에 얹힌 연두색 새벽

김영천
2026-05-24



< 헛개나무에 얹힌 연두색 새벽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말갛게

한지로 세운

우리 집 헛개나무.

손 흔들며

서로 마주섰다고.

 

두 그루 사이

보랏빛 공간에,

저녁 안개로 빚은

작은 벌통을

가만히 내려놓았는데.

 

말벌이 떼로 날아와

꿀벌의 날개를

죄다 뜯어버린

지난밤.

꿀 한 방울도 뵈지 않는.

 

빈 벌통에 걸터앉은

연두색 기침 소리,

반딧불이

눈물 반짝이는 미소로

홀홀하게 날아왔다니.

 

불꽃 일렁이는

새벽 하늘.

바람개비 타고 온

하늬바람에

쓰러졌던 꿀벌이

주섬주섬 일어섰다며.

 

날개 돋은 꿀벌,

헛개나무 꽃에서

다시 꿀을 따 담았다지.

책상 위

생물도감 벌목 꿀벌과

달착지근하게 날아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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