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물과 불이 뒤섞인 주사위

김영천
2026-05-23



< 물과 불이 뒤섞인 주사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두 손 적셨던

검고 흰 비가

계절 한꺼풀 끌고

괘종시계 안으로 들어왔으니.

 

부서진 이팝나무 꽃

가장자리

소쩍새 울음이 자욱했다고.

시계추 소리에

잠 못드는

하얀 그림자가 뒤섞였음을.

 

번개 일렁인

다음 날,

누런 흙더미마다

물길이 새로 열려

억새잎 거룻배 띄우기로.

 

산모래 한 삼태기 긁어

약수터 앞 개울 메우고

식탁보 하나 짜깁기했음에.

 

그 위에는

벼락 떨어진

연주대 바위를 올려놓았다지.

아직 식지 않은 바위에

밤골 약숫물 끼얹어

하루 밤낮 쓰다듬는데.

 

바위 속에서

몇 모금의 불이 남아

배즙 향기를 내뱉고 있으니.

복숭아 꽃도

꽤나 흐드러진.

 

장독대 옆

돌배나무를

바위 한가운데 옮겨 심는.

 

금 갔던 이팝나무 밥그릇

달디 단 돌배로

다시 부풀어 올라,

오늘 밤 내리는

희고 검은 눈으로.

 

비와 눈

함께 내리는 계절이

새로 만들어졌나니.

 

책상 위에 놓여진

실실한 계절의 고갱이,

정육면체 주사위

눈감고도

반듯하게 굴러가는

세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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