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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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뻘건 불꽃이 필요하면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바람 뜨거운 날
밤골 시냇가
초록색 돌멩이를
장수말벌이 쏘았다고.
빨강으로 부풀어
커다란 바위가 되었다나.
아프다며
대굴대굴 구르다,
참나무 그루터기에 부딪혀
퍼렇게
멍들기까지 했으니.
밀가루에
치자물 들인 다음
하루 밤낮 붙이라며
배추흰나비가 나폴거렸다고.
그믐날
가까스로
달빛 모은 바위.
약숫물로 뛰어들어
몸을 식혔는데.
열에 들뜬 바위가
정신 차리자,
하얗고 단단한
차돌멩이가 되었는걸.
공작 가위로 잘라
정확히
두 개로 나눴거든.
오늘 밤
비바람 눅진하고
새까맣게 정전되면
부싯돌로 삼아야겠다는.
시뻘건 불꽃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우리집 앞
밤골 약수터로 오시길.
이왕이면
새벽 두시 반경
은단풍나무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