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오동나무꽃 단단하게 다시

김영천
2026-04-16



< 오동나무꽃 단단하게 다시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새벽 두 시의

심야버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하나,

흐릿해진 청춘을

한참 동안

소환하고 있다는.

 

어쩌다

멀리 밀려 나간

스무 살.

머리띠 두르고

아직도 주먹 꽉 쥐는걸.

 

밤골 개울 건너

오동나무꽃

보라색 환하게 웃으며

오랜만이네요.

그간 안녕하셨는지.

대답 대신

무겁게 눈길 멀리 던졌는데.

 

정립독서실

촉수 낮은 형광등 아래

미래서점 강계다방.

아직도

문 닫지 않았군.

 

영동집

불판 위

까맣게 타 들어간

닭모래주머니.

 

등받이 없는 탁자에

소주병 들고

맵게

꽤나 서늘하게,

슬그머니 끼어든

라일락 향기.

 

버스에서 내린

시계바늘은

두시 삼십 분.

다시 또 다시

우리는

단단하게 밤골에서.




* 밤골 -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76번지. 

             자연부락이었으나,

             1960년대 후반 도심 철거민 이주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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