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이팝나무 아래 쪽가위

김영천
2026-04-14



< 이팝나무 아래 쪽가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그믐달

이제사 얼굴 뵈는데.

회색 구름 틈에서

눈 비비고

연방 기지개 켤.

 

도시 변두리

지하 보세 섬유 공장

새벽 두 시 삼십 분.

눈꺼풀 무겁게

촉수 낮은 형광등,

시계바늘만 바라볼.

 

풀어진 올

연방

바늘이 깁고.

쪽가위가

시퍼렇게 날 세워

따내는 실밥.

 

졸린 밤

애써 문지른 삼차 검사.

그제서야

먼 바다

아메리카 행

뱃고동이 울린다니.

 

세 끼니

이팝나무 꽃,

공장 입구

작은 화단에서

어깨 늘어뜨린.


구름에 

반쯤 가려진 달

우두커니 내려다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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