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산초나무 열매 씹는 날들

김영천
2026-04-11



< 산초나무 열매 씹는 날들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오늘 아침

보라색 이슬비 내리는데,

스러진 들국화 곁에서

산수유 노랑 꽃잎 지고

바쁘게 새순 돋는군요.

 

두 눈 껌뻑이며 살폈지만

국화잎 움은 뵈지 않아요.

아주 멀리서

강물이 자맥질하며

봄을 퍼올리고요.


가까스로 

비에 젖은 해를 물고

청둥오리가 날아오르네요.

날갯죽지 깃털이 

꽤나 빠졌는걸요.

 

시간 나면

수취인 없이

가슴 움켜쥐며 편지를 보낼께요.

어쩌면 

내일 새벽일지도 몰라요.


두서없던

청춘의 끄뜨머리에다,

밤골 개울 왕모래로

대충 찍은

블록벽돌 올려놓았어요.

 

듬성듬성

늘 모자라고 성근 

하루하루.

발바닥 부르튼 날들이

산초나무 열매를 씹고 있지요.

 

혹시 

물기 묻은 답장은

국민학교 사학년 일기장에 

몽당연필로 

꼬박꼬박 눌러쓰세요.


집배원 아저씨는

아주 멀리 떠났고요.

밤골 입구 

빨강 우체통,

어차피 푸른 녹이 슬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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