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치자꽃 향기의 무늬

김영천
2026-04-11



< 치자꽃 향기의 무늬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지난 계절

낯설게 건너온

치자꽃 향기가,

고장난 라디오에

허가 없이 자리잡았고요.

 

저녁 아홉시 뉴스가

자꾸만 들리지 않아요.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추다

스피커마저 부숴버렸네요.

 

보라색 향기가

조각난 것 같은데

불법 송출된

방송이 들리는걸요.

 

아군인지

확실하지 않은 시위대가,

치자꽃물로

멍든 가슴을

시퍼렇게 닦아내는군요.

 

이슬비 내리는

봄날,

발가락에 물집 잡혔으면

이 꽃 향기 맡아보세요.

 

향기의 무늬는

밤골 시냇가

차돌멩이 연보라 빗금.

무겁고 꽤나 매움.

 

눈썹에 힘준 사람,

입술 깨물며

검붉은 피를 흘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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