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각시투구꽃 보라색 매운 뿌리

김영천
2026-02-19



< 각시투구꽃 보라색 매운 뿌리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늘 꿈결의

산봉우리 오르는 자갈길에

안개가 한섬이나 깔렸는데,

그을린 시간 동안

내달리던 길이

조각나 있다고.

  

더듬거리며

돌멩이 헤치며 걷지만

아직 정강이의

시꺼먼 부기는 가라앉지 않았음을.

 

잔설 몇 줌으로

우물대는 계절은

곧 잦아질 테니.

 

다만

흐지부지 뉘엇거리던 날들이

확대경으로 되살아난다면,

단 한 번의

형형한 눈빛에라도

각시투구꽃

보라색 서늘하게 피어날 것을.

 

뒤바뀐 세월

뜰채로 건져내

제대로 마름하고 다림질할.

그 매운 뿌리에

손가락 걸고

아예 명줄까지 매달아두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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