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무너진 산 그 노루

김영천
2026-02-19



< 무너진 산 그 노루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덫을 놓은

산비탈이 무너져

절벽 아래로 굴렀다.

커다란 소나무의

가지가 부러지고

희멀건 뿌리도 통째로 드러났다.

 

비수를 감춘

덫과 올가미.

산등성이부터 계곡 너머까지

빼곡하게 숨겨져

산의 멱을 가쁘게 조였다.

 

오늘 새벽

매일 오르던 고개에서

덫에 걸린 노루.

 

꼬리에서 심장을 거쳐

눈동자까지

온통 시뻘겋게 피울음이었다.

잘려나간 오른쪽 뒷다리

덫에 묶여 덜렁거렸다.

 

피 뿌리며 언덕을 기는

다리 셋.

탈진한 노루의 감긴 눈에

마침내

맑은 시냇물이 흘렀다.

 

찢겨진 울음 하나,

산의 이쪽저쪽을

가파르게 넘나들다

계곡 옆 바위 밑동에

초점 없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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