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신들의 시간표

김영천
2025-11-24



< 신들의 시간표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울퉁불퉁한 어둠을

배경으로,

깜깜한 망토 둘러쓴

커다란 신 둘이서

진영 갈라 마주 서서 노려보았다.

 

덩치 큰 신 곁에

조금 작은 신도 적당히 자리잡고

깃발을 들었다.

각자의 내공은 비슷할 터

뒤따르는 무리들도 어슷비슷했다.

 

자신들의 경전을 중얼거리는

시간이 꽤나 이슥했고,

새벽녘에서야

주문과 풀어헤친 암호의 낭독이 끝났다.

 

괴성 벽력이 쏟아진 뒤

각자의 특기로

상대 진영을 뒤흔들었다.

석양 무렵까지도

끝나지 않은 결투였다.

 

마침내 신들이 지쳐

휴전조약 없이 떠나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동원된

신도끼리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비행기 탱크 군함이 동원되고

죽창과 몽둥이도 보였다.

피칠갑한 해가 떠오를 때쯤

심장과 두개골이 파열된 채

모두 쓰러졌다.

 

붉은발슴새 한 마리가

흩어진 주검 위로 날아올랐다.

 

부서진 하늘 너머에서

양 진영의 신들이 모여,

웃는 듯 우는 듯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시간표를 만지작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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