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그대 미투리 작작한 밤

김영천
2026-07-06



< 그대 미투리 작작한 밤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툇마루에 내려앉은

햇빛 한 움큼이

찰랑거리며

반짝이는 날이네요.

 

그대 걸음걸이

가장 찰진 몫과

우리가 휘청거린

세월이 뒤섞여,

잘 익은 홍시로 다가오는군요.

 

앞산 꼭대기에서

싯누렇게

밀려오는 바람은

늘 칼칼했지요.

 

노을 속으로

붉게 잠겼던 허기가

깨진 항아리 뚜껑에서

한참이나 뒹굴 때였어요.

 

헛헛하게

우려내온 땡감이

빈 솥에 놓여 있더군요.

금강물 흐릿하게

울렁이던 날들인걸요.

 

이제

산꿩 울음

장독대에 내려앉은

어스름.

 

처음으로

펼쳐진 평상에

댓자리 고슬하고,

반딧불 따라

그대 미투리

작작(綽綽)한 밤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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