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검은 창의 주머니칼

김영천
2026-07-02



< 검은 창의 주머니칼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붉은 문 안에

검은 창이

하얗게 걸터앉은.

 

정월 초하루의

가쁜 숨소리가

섣달 그믐까지

가슴에서 등짝으로 밀려간.

 

상처투성이

곪은 날들을 담아낸

구멍 난 시루에,

이슥한 밤

백설기 한 조각도

제대로 올려놓지 못했는데.

 

검은 창의 모서리에서

주머니칼이

단단하게

어둠을 겨누고 있다니.

 

창틀에 내놓은

탱자 하나,

도배 찢겨진 벽을

노랗게 붙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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