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지구를 제삿상에 올리려면

김영천
2026-06-13



< 지구를 제삿상에 올리려면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앵두 살구 자두에

대추 밤 감 배 깎고,

마지막으로

지구를 갈무리해

제삿상 차리려는데.

 

울퉁불퉁

여기저기

거칠게 금이 가

한참 동안 다듬으려니

왠만한 칼로는 버겁더군.

 

곳곳에

화약 냄새,

비린내 질펀하고

썩은 곳 꽤나 뒤틀려

고민이 무척 큰.

 

결국

할아버지께 여쭙기를

아무래도 지구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통째로

새벽 장독대

댓잎으로 씻은 다음,

뒷산 언덕

솔가지에 얹어놓고

바람 씌어야 할.

 

백마강 낙화암이 닳아

먼지 날릴 때까지.

영일루 수북정

할아버지 현판에

애써 일렁이는 보라색

오동나무 꽃 오롯할 때까지.

 

 


* 영일루 – 충남 부여 부소산 정상의 누각.

* 수북정 – 충남 부여 백마강 기슭의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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