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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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무청으로 회백색 봄날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창창한 하늘 아래
서리 맞고서도
힘껏 버텨내던 무.
함박눈 내리자
주먹 꼭 쥐고
처마 밑 무청으로
눈 부릅떴거든.
이웃들은 울며불며
손 마주잡고 걱정했지만,
시간과 바람 잔뜩 모아
몇 날 며칠
팔 다리 뒤집고
시래기가 되었는데.
개다리 소반
어느 산골
반찬 없는 상에서
제 몸 억세게 비틀어
자리했다고.
청나라 건륭제
마흔여덟 반찬보다
대한제국 고종
열두 반찬을 거뜬히 뛰어넘는.
이제 회백색
뿌연 봄날,
보리 거둘 때까지
또 한 번
칠 벗겨진 소반을
입술 깨물며 지켜낼.
조자룡
부러진 창 하나로
세상을 쓸어 담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