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무채색 문어의 바다

김영천
2026-02-13



< 무채색 문어의 바다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어둠이 똬리 틀고

햇빛 흔적 없는 심해,

어쩌면

용왕의 궁궐

가까이에 있을지.

 

모자라는 힘으로

몇 개의 알을 낳은 뒤

녹아 널부러진 문어.

 

늘 도망치던 도미가

슬핏 다가와

마구 뜯어먹게 된.

 

긴 다리 먼저

사정없이 먹혔다는.

해초 더미 속으로

가까스로 숨었지만

다시 이빨 사납게 공격받았다고.

 

명줄 놓으며

알이 부화할 때까지

바위 동굴 지키는 문어.

사십 일째 먹지 않아

온몸 부풀어 올랐는데.

 

태어나

살아가던 바다에서

연둣빛 생명을 잇고

이제 무채색으로 흩어지는.

 

마침내

촉수와 머리까지 흐물거려

움직이지 않기에.


살점 썩어가며

지느러미 부서지자

이빨 들이대던 도미도

더 이상 거들떠보지 않는.

 

그 바다,

숨 쉬면서

때로는 고르면서

결국 잦아지면서.

또한 먹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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