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꼭 살아남고 싶습니다

김영천
2025-05-14



< 꼭 살아남고 싶습니다 >


 


김 영 천(金永千)

 

다들 

눈 시리도록 

벚꽃 환하고, 

산수유 노랗게 반갑다는 

봄날.


신장개업 

시든 화분으로 

비바람 쏟아지네요.

뿌옇게 흐린 가게 문

오늘도 눈물입니다.


다섯 달치 밀린 월세

신용카드 

모두 정지되었어요.

불법 대부업체라도 

만나 준다면야 그저 반갑군요.

 

송곳 같은 고지서 

매일 매일 쌓여가고,

전갈이 독침 박은 전화

벼랑 끝 가슴 한없이 바스라졌어요.


저당 잡힌 지하 방도 

강제 경매로 넘어갔습니다.

생활 녹아내린 지 오래지요.


하얗게 뒤척이는 밤마다

관악산 연주대에서 

검붉은 꽃잎으로 흩어지는 꿈,

매일 매일 지옥이네요.


살고 싶습니다.

꽃 무늬 원피스 한 벌 오천 원

국산 양발 

스무 켤레 한 묶음 일만 원

꼭 살아남고 싶습니다.

한국자주인연맹

(08793)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56, 302호  |  1956,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Republic of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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