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큰 바다의 임종

김영천
2025-05-13



< 큰 바다의 임종 >


 


김 영 천(金永千)

 

멀리 팔라우 군도에서 

한밤중에 내달려온 태풍,

숨 쉬지 않는 

바다를 감싸며 울부짖었다.


오늘 아침 일찍 

아시아 대륙을 횡단한 

황사 바람까지 함께 목 놓았다.


오래전부터 

헐떡거리던 바다. 


세상에서 가장 큰 바다에 

물고기가 없다.

어쩌다 떠오른 

치어도 하얗게 배 뒤집었다.


플랑크톤 대신 삼킨 

플라스틱 부스러기가 아가미를 막았다.


바다 속을 헤집던 

황새치 백상아리도

두 눈 부릅뜬 채 어느 날 사라졌다.


허리 뒤틀린 바다의 겨드랑이에서

쿨럭쿨럭 검은 피가 흘렀다.

미세 플라스틱이 

바다의 폐를 파고 들었다.


이윽고 

심장이 녹아내렸다.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하고

큰 바다가 스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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