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끝내 훗날

김영천
2025-05-12



< 끝내 훗날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수천 수만의 

목줄을 기어이 따버렸다는

째진 눈의 살쾡이. 


마을로 내려오자

보리 석 되

해진 이불, 

다들 보따리를 싸맸다.


두더쥐가 뵈지 않는 눈 치켜떴다. 

앉았거나 서 있거나 

살만큼 살았으니 싸워보리다. 


두 손 모은 

걱정 반 기대 반 

십시일반으로 보리 자루 채워지자, 

승냥이가 곧바로 낚아챘다. 


살쾡이와 대적하려면 

낮눈 어두운 두더쥐는 빠지시오.

벌써 승냥이의 주둥이가 

보리 자루에 처박혔다. 


웅성거리는 주민 앞에 

안경 낀 노루.

원래 승냥이는 승냥이일 뿐이지.


모두 떠난 뒤,  

흙탕물 가득 괸 마을 공터에서

살쾡이와 승냥이가 

피칠갑을 하며 날뛰었다.


한참 뒤

벼락 내리고 천둥 번개 치자

비린내 나는 몸뚱이 

모두 스러졌다.


몇 번의 

해가 지고 달이 뜬 다음 

새로 들어선 마을 회관.

 

떠난 이들 

다시 모였을 때, 

살쾡이와 승냥이에 관해 

아무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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