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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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소생기(地球甦生記) >
김 영 천(金永千)
먹물 번진 화선지 위에
온종일 콜록대는
지구를 올려놓았지.
몇 겹이나 둘러싼 뒤
땡감 우리듯
항아리에 넣어 두었어.
며칠 있다가
뚜껑 열어 보았는데,
지구는 졸아들어서
마른 고욤이 되어 있었거든.
우물가에서 할머니는
쭈글거리는 고욤을 씻겼지.
검정숯 세 개와
빨간 고추 아홉 개를
장독대에 올려 놓고
두 손 모으셨어.
집채만 한 구렁이가
또아리 틀다가
하얀 감꽃을 뱉어 냈지.
감꽃에서
홍시가 주렁주렁
열릴 때쯤이면,
크게 앓았던 지구가
기지개 켜고
툴툴 일어설 테지.
반짝이는 지구의
머리 위로
보라색 출렁이는
오동나무 꽃잎 흩날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