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지구 소생기(地球甦生記)

김영천
2025-03-28

 


< 지구 소생기(地球甦生記) >


 


김 영 천(金永千)

 

먹물 번진 화선지 위에

온종일 콜록대는 

지구를 올려놓았지.


몇 겹이나 둘러싼 뒤

땡감 우리듯

항아리에 넣어 두었어.

 

며칠 있다가

뚜껑 열어 보았는데,

지구는 졸아들어서

마른 고욤이 되어 있었거든.

 

우물가에서 할머니는

쭈글거리는 고욤을 씻겼지.

검정숯 세 개와 

빨간 고추 아홉 개를

장독대에 올려 놓고

두 손 모으셨어.

 

집채만 한 구렁이가 

또아리 틀다가

하얀 감꽃을 뱉어 냈지.


감꽃에서

홍시가 주렁주렁 

열릴 때쯤이면,

크게 앓았던 지구가

기지개 켜고 

툴툴 일어설 테지.


반짝이는 지구의

머리 위로 

보라색 출렁이는 

오동나무 꽃잎 흩날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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