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고장난 라디오

김영천
2025-03-27

 


< 고장난 라디오 >


 


김 영 천(金永千)

 

무너진 돌담 아래 

돌나물들이

파랗게 봉분 만들어

숨 고르고 있다.

 

봉분 속에는 

고장난 라디오,

주파수는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앉아서

몇 마디의 

팔딱거리는 노래를

싱싱하게 풀어놓았다.

 

아버지는 안녕하신가.

십 년 전에  멀리 가셨는데요.

어허 그래.

나도 이제 다녀와야겠네.

 

눈매 고운 누이는

상큼한 돌나물, 

양손 가득 뜯어

무지개 위로 날아올랐다.


나는 아직도

고장난 라디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보고 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전 세계의 청취자 여러분,

이제 정규 방송을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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