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덤불에 누운 문인석

김영천
2025-03-27

 


< 덤불에 누운 문인석 >


 


김 영 천(金永千)

 

아직도 눈 뜨고 

누워 있는 그대,

천 년 전에는 

두 손 모아 서 있었겠다.

 

누군가 

그대에게 명하였을

억겁의 무게.

야윈 어깨에

몇 개의 하늘이 내려앉았을까.

 

긴 시간이 부서진 뒤,

그대가 모시던 이의 

육탈된 뼈조각은

먼 옛날로 흩어졌다.


그대의 혼마저

나무 뿌리에 잠겨 들었으려니.

 

지쳐 쓰러져

누워 있는 그대,

잘 자라.

이제 눈감고

편히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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