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민들레가 조금만 참으라고

김영천
2025-03-27

 


< 민들레가 조금만 참으라고 >


 


김 영 천(金永千)

 

새벽부터 밤중까지

금속성의 활이 쏟아졌고

과녁은 시뻘건 피를

뭉클뭉클 토했다.

 

꿩이라든지 산토끼도

오래전에 짐 꾸렸다.

멧돼지조차

발목에 불화살 맞으며

산등성이를 넘었다.


과녁이 피 흘리며

온몸으로 

화살을 막는 동안

아무도 달려오지 않았다.

 

나무와 

풀이 쓰러지고

과녁 한가운데가 찢겨 나갈 즈음.

무너진 언덕을

민들레가 넘었다.


조금만 참으라고,

머리에 폭탄 같은 홀씨

잔뜩 인 민들레가

화살 맞으며 기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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