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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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레용 색깔은 흰색 하나뿐 >
김 영 천(金永千)
어쩌면 이렇게
드넓은 온 세상,
땅은
흔적도 없이 지워지고
하늘이 흰 눈으로
내려앉았군요.
크레용의 색깔은
지금
흰색 하나뿐.
연 꼬리에 매달린 바람도
바람이 던져 준 삭정가지도
마음대로 색칠해도 괜찮아요.
눈사람 여럿이
눈 위의 발자국을
흰색으로 그립니다.
소근대는 귓속말도
찐빵 냄새 담긴 웃음소리도
하얗게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