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취리산 회맹(就利山 會盟)

김영천
2024-12-07



< 취리산 회맹(就利山 會盟) >


 


김 영 천(金永千)


그들이

백마의 피로

온 몸을 씻을 때,

가지 부러진

소나무가 솔방울을 떨어뜨렸다.

 

당 황제는

삼한의 어지러움을 평정하고

널리 덕을 베풀어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는도다.

 

웅진도독 부여융은

백제 선왕의 제사에

향불이 끊어지지 않게 하라.

계림도독

신라 문무왕에게 이르나니

부여융을 예로써 거두라.

 

당 태종이 보낸

유인원

신라 문무왕

백제 왕자 부여융.

하늘과 땅에

아홉 번 절하고

천년 백제를

취리산

그 소나무 발치 아래 묻었다.

 

지워진 나라의

백성들은

비릿한 세상을

불 질렀다.

 

눈과 귀

모두 파내고

허물만 남은

목숨마저

까마귀 나는 들판에 버려두었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다.

 

억겁의 세월 속으로

부러진 용의 뿔과

금 간 여의주가

검게 아주 검게 잠겼다.

 

훗날

불가사의 무량대수  

은하수 별빛 

아스라하게 먼 훗날.

백제금동대향로를 

입에 문 용.


다시

백마강을 거슬러 

짓푸른 하늘로 날아오를 때,

산 정수리에

소나무 한 그루

오롯이 휘황하겠다.


 

 

* 취리산 회맹(就利山 會盟) - 서기 665년 8월.

                                                 당 태종이 보낸 유인원 신라 문무왕 백제 왕자 부여융이, 

                                                 취리산에 모여 백마의 피를 나눠 마시고 맹약문(盟約文)을 읽음.

                                                 당에 복속하며, 계림도독부인 신라와 웅진도독부로 명명된 옛 백제가 화친한다는 내용.

                                                 취리산은 현재 충남 공주시 연미산으로 추정.


* 백제금동대향로 -  1993년 12월 12일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군 근처 백제 왕실 사찰 터에서 발굴.

                                발굴 당시부터 뛰어난 조형미와 예술성으로 주목 받아,  백제문화의 상징물로서 특별한 위치를 점함.


* 백마강(白馬江) - 백제의 마지막 도읍지인 충남 부여 부근의 금강을 일컫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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