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치과 병원 계단 앞 악어는

김영천
2024-12-07



< 치과 병원 계단 앞 악어는 >


 


김 영 천(金永千)


아무거나 대충 씹고

이빨 닦지 않아

꼬리 묶여 끌려간 악어.

의사 선생님 앞에서

아프다고

너무 아파 죽겠다고

펑펑 눈물 흘렸지.

 

철길 조심

푯말 붙잡고

용케 뒹굴어,

다시 강물 속으로

도망갈 수 있었거든.

 

흙탕물이 일었지.

마침

수초 헤치며 놀던 수달은,

화가 나

악어의 입 벌리고

우산대를 끼워 넣었다나.

 

악어 입이

쩍 벌어졌다고.

벌레 먹은

악어 이빨에

힘 센 금붕어들이

실 매달고 잡아당겼어.

 

이빨 모조리 빠진

그 악어는

오늘 아침

일찍부터

병원 앞 계단에 쪼그리고 앉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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