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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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키모의 보라색 외투 >
김 영 천(金永千)
녹슨 썰매를 끌고
에스키모가
밤 늦게 구멍가게에 나타났다.
지난 가을 그가 팔았던
순록의 뿔이
진열장 선반에서 꿈틀거렸다.
썰매 반쯤
성기게 싣고 온
자작나무 땔감의 거래가 이뤄졌다.
썰매도 팔라는
주인의 말에
한참동안
문밖을 바라보던 에스키모가
고개를 떨궜다.
썰매 위에
보라색 외투를 벗어 놓고
숨 몰아쉬던
늙은 에스키모.
점점이
눈길을 걸어 돌아갔다.
썰매와
자작나무,
보라색 낡은 외투가
하얗게
눈을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