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에스키모의 보라색 외투

김영천
2024-12-07



< 에스키모의 보라색 외투 >


 


김 영 천(金永千)


녹슨 썰매를 끌고

에스키모가

밤 늦게 구멍가게에 나타났다.

 

지난 가을 그가 팔았던

순록의 뿔이

진열장 선반에서 꿈틀거렸다.

썰매 반쯤 

성기게 싣고 온

자작나무 땔감의 거래가 이뤄졌다.

 

썰매도 팔라는

주인의 말에

한참동안

문밖을 바라보던 에스키모가

고개를 떨궜다.

 

썰매 위에

보라색 외투를 벗어 놓고

숨 몰아쉬던 

늙은 에스키모.

점점이

눈길을 걸어 돌아갔다.

 

썰매와

자작나무,

보라색 낡은 외투가

하얗게

눈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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