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뿌리 내린 자전거

김영천
2026-01-18



< 뿌리 내린 자전거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두 바퀴 튼실한

녹색 자전거 하나.

은행나무 밑동 옆

누런 흙을 비집고

뿌리 내렸다지.

 

소문에 의하면

지하 백 미터쯤이라는데.

그 정도 깊이라니

핵 탄두에도 견뎌낼 듯.

 

왜 달리지 않느냐고 물어도

묵묵부답.

노을 너머로

별들이 얼굴 내밀자,

고개 숙이고

비로소 입을 열더군.

 

차마 달릴 수 없었어요.

세상이 누렇고 어지러워

차라리 서 있으려고요.

 

고개 끄덕였지만

시끄럽고 현기증 나서

말을 잇지 못했거든.


나 또한 주저앉아

지하 천 미터가량

아니, 

더 깊이 파 내려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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