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내 자리를 주세요

김영천
2026-01-17



< 내 자리를 주세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구름 달 별 가득 실은

시내버스.

 

실례합니다.

덜컹거릴 때

하나 남은 빈자리에

다람쥐가 앉으려니,

시큰둥한 곰이

털끝만큼 몸을 움직였다.

 

두 좌석 배분은

곰이 일과 삼분의 일

다람쥐는 삼분의 이.

 

다람쥐가 가까스로 앉았지만

가슴뼈가 조여왔다.

두 다리 양팔 크게 벌리고

기지개 켜는 회색곰.

 

삼분의 일

빼앗긴 내 자리를 주세요.

다람쥐가 숨죽이며

속삭였는데,

들은 척도 하지 않던 곰이

손바닥에 뭐라고 적었다.

각자 필요한 만큼.


충혈된 눈으로

결국

다람쥐가 일어섰다.

그렇다면

내 버스 요금을 대신 내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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