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이제부터 사철나무는

김영천
2026-01-17



< 이제부터 사철나무는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겨울의 그림자를 깨문

하얀 고양이가

담 넘어

사철나무 아래로 숨었다.

 

피 흘리던 그림자는

응달 한복판에서

언 땅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겨울과 그림자가

지키던 것들은

모두 부서지고 깨졌다.

손발이 얼어

군고구마 리어카에 올라탔지만

고구마는 익지 않았다.

 

슬그머니 다가온 고양이가

겨울의 허벅지를 물다

발목이 눌렸다.

겨울 앞에 드리운 그림자는

힘껏 고양이 꼬리를 잡아당겼다.

 

내친김에

겨울과 그림자 둘이서

사철나무 곁으로 다가서자,

절룩거리며 고양이가 다가왔다.

 

여기는 내 쉼터라고.

고양이의 거친 울음소리에

담장 위 어둠이

고민하다 판결을 내렸다.

 

이제부터 사철나무는

겨울과 그림자의

공동 소유.

판결에 이의 있으면

다음 계절 끄트머리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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