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신화 속 인동덩굴의 인사

김영천
2026-01-16



< 신화 속 인동덩굴의 인사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쓰러진 고목 휘감고

사계절 내내

벅차게 오르던 인동덩굴.

옹이진 손이 뻗어나와

황금빛 매미의 날개를 건넸다.

 

지난 세월에 얹힌

바위가 꽤나 무거웠을 텐데

용케 견뎌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버틴 것뿐,

신화 속 천마가

뵈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옛날이 엉킬 줄 몰랐소.

 

구운 흙도

한세월 단단하게 짓이겨야

제기로 쓰일 터.

늘 빛을 뵐 수 있어 흠흠(欽欽)했습니다.

이제 노을 저편으로 건너가렵니다.


먼동 쟁쟁(琤琤)하게 틀 때

나팔꽃 편에

꼭 소식 전하시오.

동그랗게 울리는 나팔 소리가

보랏빛 가지런하면

나 또한 종이배를 띄우리다.

 

검은 열매 하나 내려놓은

인동덩굴,

고개 숙이며

부스러진 석양을 안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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