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서리 맞은 고추 내음

김영천
2026-01-16



< 서리 맞은 고추 내음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창틈으로 밀려오는 안개와

방안의 수증기가 맞섰다고.

 

오늘 새벽

공기는 맵싸했고

부엌 언저리에 자리잡은

홍시가 달착지근했는데.

 

안개에서 묻어나온

텃밭의 서리맞은 고추 내음,

매캐하게 일렁이다

툇마루에 주저앉았다니.

 

할아버지 목침 옆

생강 서너 쪽과 붉은 대추알이

안방의 공기 덥혔을.

석양이 손 흔든

저녁 무렵이었다고.

 

희미하게 번지던

문풍지의 그림자가

오늘 밤 제사상에 드리워진 걸.

 

한 번도 뵌 적 없는

증조할아버지,

지난 계절 평안하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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