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첫차는 오지 않았다

김영천
2026-01-15



< 첫차는 오지 않았다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초승달이 창백하게 얼어붙은

새벽 네 시,

첫차는 움직이지 않았는데.

 

해진 가죽 구두가

버스문을 열다

급기야

구두 뒤축이 벌어졌는걸.

 

구두굽 틈에서

어제 점심

빵 부스러기와

삼각김밥 영수증이 흘러나왔지.

 

함께 어깨 모으던

검정 운동화도 힘쓰다

끈까지 풀렸다고.

구인 광고 전단지가

운동화 끈에서 나폴거리더군.

 

한겨울 새벽 거리 쓸던

대빗자루,

주먹 불끈 쥐고

팔 걷어올렸다는.

 

모두 올라타시오.

한두 끼니로 견디는

생활들 죄다 태워 날아가리다.

웅성거리며

모두 매달렸다나.


한참 빗자루가

빌딩 숲을 헤치며 솟구쳤다지.

현수막이 저 아래

낮은 구름 사이로 펼쳐졌으니.

 

오늘

새벽 첫차부터

무제한 파업 개시,

함께 사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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