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05 김영천의 아나키즘 시


아직 열리지 않은 복숭아

김영천
2026-01-12



< 아직 열리지 않은 복숭아 >


 


서송  김영천 (瑞松  金永千)

 

호암산에서 내려오던 

얼음이 풀어질 때쯤, 

밤골 개울의 오리들은 

연두색 바람 물고 

신림천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정립독서실과 가람독서실 사이 

미림여고 언덕에서 

여학생의 하얀 교복 깃이 

백합처럼 피어올랐다. 


신우독서실 옆 종점다방에서 

밤골 청년들은,

하릴없이 

일상을 퍼 나르다 지쳐 

웅크리고 있었다.


그때마다 

쌍화차에 내려앉은 

계란 노른자가 한량없이 쿨럭댔다.


신림 육동시장에서부터 

밤골 비지구 약수암 호암산까지 

엇비슷하게 구불거리던 

골목길의 누추.


빛바래고 찢어져 

만자 무기(卍字巫旗)로 흐느적거렸다.


육성회비 내지 않아 

책가방 내려놓고 쫒겨온 날, 

밤골 입구 과수원

아직 열리지 않은 복숭아가 

보름달에 휘황하게 매달렸다.

한국자주인연맹

(08793)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56, 302호  |  1956,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Republic of Korea

TEL : 02-838-5296  |  관리자메일 : kaone@kaone.co.kr

COPYRIGHT ⓒ  Danju Yurim Memori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ENOUGHM]

한국자주인연맹  (08793)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956, 302호  |  1956, Nambusunhwan-ro, Gwanak-gu, Seoul, Republic of Korea

TEL : 02-838-5296  |  관리자메일 : kaone@kaone.co.kr

COPYRIGHT ⓒ  Danju Yurim Memorial Foundation. ALL RIGHTS RESERVED. DESIGNED BY [ENOUGHM]